첫 해외 마라톤 데뷔 오사카 마라톤
벌써 1년이네요. 춘천 마라톤에서 첫 풀 데뷔를 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주자들 덕분에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엔 해외 대회에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 봄 동아 마라톤을 마치고 계획했던 대로 해외 마라톤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익숙한 오사카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결국 5회 오사카 마라톤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준비과정은 다 패스하고 공식 대회일은 25일 일요일이었습니다. 해외 마라톤들이 다 그런 것처럼 미리 엑스포를 가서 번호를 수령해야 합니다. 오사카 마라톤은 23일 목요일부터 24일 금요일까지 오사카 항만 지역인 인덱스 오사카에서 수령 가능합니다. 저는 24일 아침에 출국하고 오후에 등록을 완료 했습니다.
등록지인 오사카 코스모스퀘어역에 도착하자마자 맞이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까지 피켓을 들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박람회장까지 가는 길도 진풍경이었습니다. 인덱스 오사카 홀에서 진행된 엑스포는 등록과 번호 수령은 물론. 다양한 스포츠 관련 브랜드들의 행사장이었습니다. 번호 수령을 하면 처음 맞이해주는 곳은 소속된 각 팀별 설명을 해줍니다. 오사카 마라톤은 특이하게도 신청할 때 자선 테마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깨끗한 물, 아름다운 도시, 청소년의 밝은 미래 등 7가지 무지개 색으로 자선 테마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저는 의학 연구를 응원하는 하는 팀 레드 소속으로 뛰었습니다.
각 팀 별로 설명이 가득한 곳을 지나면 큰 벽(?)을 만납니다. 팀 별로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곳인데요. 남녀노소 누구나 펜으로 응원을 남기거나 출사표를 적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후엔 엑스포를 만나게 됩니다. 스포츠 브랜드부터 제약 회사, 전기 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을 만나고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게 동선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스 스프레이, 쿨링 시트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참가하고, 세이코에서 목표 기록에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석 할 수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마사지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부스였네요.
공식 후원 브랜드인 미즈노는 아예 매장을 차려놨는데요. 할인된 가격의 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대회 공식 패치를 마킹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스포츠 종합샵 부스에서 할인된 물품을 보며 정신없이 지출했습니다. 물론 양 손은 무겁게 이거저거 다 샀네요;;; 장갑부터 러닝가방, 숏, 바람막이, 아미노바이탈 등등 러너들을 위한 제품을 할인 판매합니다. 심지어 라멘, 우동, 돈부리 등 일식 메뉴도 지역 축제처럼 판매합니다. 늦은 저녁을 마라톤 엑스포에서 해결 했네요! 번호만 수령하고 가야지 했다가 엑스포에서만 4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엔 도톤보리, 아메무라 등 관광을 다 끝내고 게스트하우스에 복귀해 좀 늦게 3시쯤 잠들었습니다. 6시에 기상했더니 얼굴이 띵띵 부었습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컵국밥을 후루룩 먹고 출발장인 오사카성으로 갔습니다. 중간 중간 태국, 대만, 중국 러너들과 인사하고 짐을 맡겼습니다. 혼자라 약간 외로운 느낌이었는데, 여의도 너마클 선배님들과 임팀장님도 뵈었습니다.
0km~5km
오사카 성을 출발해 난바 방향으로 가는 코스입니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구간입니다. 그룹이 A부터 I그룹 까지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출발합니다. 처음 5km 까진 너마클 선배님들을 따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뛰었습니다. 초반 쏟아져 나오는 주자들의 풍경도 장관입니다.
5km~15km
진정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난바를 지나 요도야바시를 거쳐 중앙공회당, 시청으로 갑니다. 8.8km 챌린지런의 결승점이기도 하죠. 아름다운 풍경에 응원단은 계속 이어집니다. 명품관들이 모여있는 미도스지 라인을 지나면 다시 난바로 옵니다. 여기까지는 뭐 그럭저럭... 풍경도 예쁘고 재미있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 여기서부터 저는 숙취는 오기 시작하는데, 붓기는 가라앉고 몸은 풀리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아. 그러면서 배가 고프기 시작합니다. 15km 지점에서 준비해 간 파워젤 하나, 아쿠아리우스 한 잔, 물 두 잔을 먹습니다. 덥구나... 허니스팅거로 해장을 합니다.
15km ~ 25km
난바에서 웅장한 교세라 돔을 지나 다이코쿠쵸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일직선이라 약간 지루한 듯 보이지만 JR선의 높은 다리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기 충분합니다. 가다보면 츠텐가쿠라는 탑도 보이고 경치도 도심의 아름다움이 유독 튀는 코스입니다. 높은 빌딩 숲 속에서 많은 주자들을 보면 이 풍경 멋지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개인적으론 가장 멋진 풍경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오사카의 중심을 지나게 되는 코스입니다. 반대편에서 선두권 주자가 갑니다. 이야 철각이라는 표현을 쓰면 될까요. 달리던 주자들은 선두 그룹에 박수를 보내는 멋진 풍경도 보게 됩니다. 선그라스를 잠깐 벗어봤더니 날씨가 너무 좋았네요. 어쩐지 좀 덥더라니...
25km ~ 35km
오사카 시내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타마데, 스미노에코엔으로 향하게 되죠. 이제까지 봤던 풍경과 전혀 다른(?)조용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나옵니다. 슬슬 배고파질 타이밍이죠? 놀랍게도! 런치타임이 시작됩니다. 32km 지점을 가니 유부초밥, 소금에 절인 오이, 단팥빵, 떡 등을 줍니다. 자원봉사자 역시 점심 먹고 가라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곳입니다. 이런 건 맛있게 먹고 다시 달리면 됩니다 :)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하나 챙겨주는 것을 다~~~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조금씩 걸어가며 주변 풍경을 돌아봅니다. 사탕 한 줌, 귤 한 줌 들고 주자를 응원해주는 응원단이 감사해졌습니다. 근데 무척 덥네요. 선크림도 안발랐는데요.
35km ~ 42.195km
드디어 결승점인 인덱스 오사카로 향하게 됩니다. 다시 허니스팅거를 하나 먹을까 하다가 눈 앞에 콜라가 더 좋습니다. 코라~ 코라~ 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37km 지점 쯤 오르막길이 있는데 여기서 아침에 만난 태국 커플과 인사도 하고 많은 이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습니다. 적당히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항만지역이라 바람이 솔솔 불고 결승점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골인 이후엔 자원봉사자들의 엄청난!!! 축하를 받으며 메달을 수령하면 됩니다.
아... 마사지도 받았는데요. 정말 깜짝 놀란게 20분 가까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사전에 통증 부위와 통증의 강도를 체크하면 마사지사와 이야기를 거쳐 지친 근육을 풀어줍니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노곤노곤한 피로가 풀리는 기분은 너무나 좋더라고요.
맡긴 짐을 찾아갔더니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기립박수를 쳐줍니다. 수고하셨다고 다들 말을 건네는데 또 울컥합니다. 아마 기록을 목표로 하는 대회였거나, 처음 뛰는 풀 코스였다면 진짜 울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웃으며 하이파이브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달리면서 느낀 점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0km부터 42.195km 까지 자원봉사, 응원하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있다는 점입니다. 응원단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네요. 감히 이야기하면 러너들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부터 장애인, 노인들까지 모두 거리에 나와 박수치고 응원하는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냥 축제 그 자체입니다. 현장 분위기는 아무리 표현해도 못 하겠습니다. 뛰면서 울컥한 감정을 한 두번 느낀게 아닙니다. 물론 여기도 교통통제에 짜증내는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뛰면서 고맙다는 생각을 너무나도 많이 했습니다. 찡하더라고요.
또 보급 부분에서도 놀라웠던 것이 보급 포인트 마다 물과, 음료가 동시에 있습니다. 아쿠아리우스랑 물이 동시에 보급됩니다. 취향에 맞게 먹으면 되고 양도 생각보다 많이 줍니다. 그리고 건네면서도 꼭 응원의 메시지를 한 마디씩 합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어린 친구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또 시민들도 귤이나 초코렛, 콜라 등을 들고 주자들을 기다립니다. 더운 날씨에 고사리 손에 있는 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네요! 사탕도 몰랐는데 의외로 맛이 좋더라고요. 주로의 가게에서는 문을 닫고 직원들이 나와 응원하고, 주로 근처의 집에선 물 한 바가지라도 떠다가 원하는 주자들에게 뿌려줍니다. 집에서 호스를 끌어와 러너들에게 뿌려주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공연도 인상 깊습니다. 중간 중간 아래와 같은 쇼(?)가 열리는데, 막상 앞에서 보면 우와하고 신기하게 보게 됩니다. 기록이 목표가 아니다보니 느긋하게 감상하고 뛰기도 했네요.
출발하기 앞서 해외 마라톤이니까 제한시간 꽉 채워 올 생각이어서, 편하게 즐기면서 뛰었습니다. 가끔은 걸어가며 응원단을 구경하고 일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두 개 달고 뛰니 사람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방송국에서도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주로의 시민들도 직접 이름이나 특징을 불러줍니다. 저도 몇 번 불렸네요.
지금까지 나간 대회 중에서 가장 최고의 대회였습니다. 전 날 번호를 수령하는 번거로움, A부터 I그룹까지 있는 지루함 등 가졌던 불만은 출발하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내년엔 코스프레 하고 나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바로 하게 되네요. 아. 햇볕은 너무나 좋아서 얼굴이 벌겋게 탔습니다. 선크림 안발랐거든요. 선글라스 자리만 빼고 동그랗게 타버리니 꽤 당황스럽더라고요.
대회를 잘 마치고 온천을 갔다가 관광을 마저 했습니다. 남은 관광지에 맛난거 많이 먹고 쇼핑도 잔뜩하고 잘 들어왔습니다. 대회보다 쇼핑, 관광이 더 힘들었어요...
결론은 잘 뛰고 잘 놀다 왔습니다! 최고예요!!!